아내의 습관
오늘 아침, 새벽녘까지 잠을 못 이룬 탓에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먼저 풀근하는 아내의 기척에 잠시 눈을 떳다가 다시 30여분을 잤다. 고단한 몸을 일으켜 딸아이가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는 욕실로 들어섰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이를 닦고 머리를 감으려는데, 욕실 바닥에 뒹구는 아내의 긴 머리카락들..., 무심결에 샤워기를 들고 바닥 구석구석을 물에 뿌려 씻어 냈다.
아내는 머리를 감고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욕실 바닥에 너린 아내의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거나, 치약의 중간 부분부터 눌러 짠다거나, 치약 뚜껑을 닫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 부부 싸움을 하던 그영화 말이다.
그런 다툼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살아온 생활 환경이 다른 데서 오는 갈등의 모습이다. 2~3년 연애하면서 서로에게 느낀 공통점보다 20~30년 동안 몸에 밴 생활 습관의 차이가 더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다툼은 서로를 힘들게 할 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부부란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주는 존재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욕실에 들어서며 버릇처럼 바닥을 살핀다. 떨어진 머리카락이 없나. 타일 틈새에 물때가 끼어 있지 않나, 변기에 찌꺼기가 묻어 있지 않나...,내가 보기 싫은 것은 내가 나서서 깨끗하게 치우면 도니다. 그것은 아내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그런 아내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 대문이다. 어쩌면 아내 또한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나의 자잘한 습관들을 뒤에서 묵묵히 해결하고 있는지 모른다.
2004년 4월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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